노무현

3당 통합과 연이은 시련

청문회 이후 노무현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었다. 1988년 12월 26일 노무 현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연설한 내용 때문에 일대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연설을 통 해 노무현이 한 말은 현대중공업 홍보실에서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 앞 뒤가 잘려진 채 변질되어 기사화 되었다.
"나 같은 사람 20명만 있으면 국회도 흔들 수 있다", "나는 대한민국 어디에 출마해도 당선된다" 등으로 왜곡된 그의 실제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노동자 대표 몇 사람만 있으면 어깨에 힘좀 생기겠고, 20명만 국회에 보내주시면 국회 를 정말 한 번 쥐고 흔들어 보겠는데 정말 답답합니다......
그런데 울산동구 말고 노 동자 대표를 뽑을 만한 곳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바로 여기서는 여러분이 노동자 대 표를 뽑아 주시고, 저는 딴 데 어디가면 안되겠습니까.

그가 언론의 농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힘들어하던 상황에 연이어 1989년 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진행되는 파행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노무현은 정치에 대한 환멸감,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좌절감마저 느꼈고, 89년 3월 급기야 국회의원직 사표까지 제출 했다. 그러나 '탁월한 싸움꾼은 국회에 남아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과 아내의 설득으 로 그는 17일만에 국회로 다시 돌아왔다.

노무현은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1990년 그가 추진한 3당 합당에 끝까지 합류하지 않았다.
그는 김영삼을 '민의의 배신자'라 여기고, 김정길과 함께 야 당에 남아 새로운 거대 여당에 맞섰다. 노무현은 92년 14대 총선과 95년 지방선거 때 또다시 부산에 출마했다.
그러나 김영삼에게 등을 돌린 노무현에게 부산시민들은 관대 하지 않았다. 그는 14대 총선과 95년 실시된 부산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하는 아픔 을 겪어야 했다. 이를 계기로 노무현은 지역주의의 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굳은 의지 를 다짐하게 되었다.

선거에 실패한 것에는 일부 언론의 모략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92년 선거를 앞 두고 91년 10월 『주간조선』우종창 기자가 <통합 야당 대변인 노무현 의원, 과연 상 당한 재산가인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쓴 것이다.
이는 노무현이 다른 사람 명의로 여기저기 많은 땅을 갖고 있고, 콘도나 아파트와 같은 많은 건물과 수억 대에 달하는 돈을 모아놓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그는 조선일보사를 상대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 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92년 12월 원고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하지만 선거당시, 우종창의 기사는 노무 현의 경쟁 후보자에게 그를 비방할 수 있는 좋은 '거리'로 작용하여 노무현에게 큰 피 해를 주었다.

노무현은 1996년 15대 총선에 다시 도전했다.
국민회의가 빠져나간 이른바 꼬마민주당 간판으로 그는 '3김 청산과 세대교체의 깃발'을 치켜들며 출마했다. 이번엔 서울 종 로를 지역구로 삼았는데, 그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세 번의 낙선을 거듭한 노무현 은 고민 끝에 97년 11월 국민회의에 입당하였다.
이전까지 3김 청산론과 세대교체론을 내세웠던 그가 97년 대통령 선거에 앞서 김대중후보 진영에 합류한 것이다. 그러자 ' 3당 합당 때는 참여를 거부했으면서, 통합민주당에서 분당한 국민회의에는 참여한 이 류가 무엇이냐며 일관성이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그에게 쏟아졌다.
이런 비판에 대 해, 그는 일련의 상황 변화로 자신이 주장했던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다가왔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다면 다음과 같이 말했다.

3당 합당은 변절이다. 자기를 뽑아준 선거구민에 대한 배신이다. 그리고 국민회의의 분당은 실책이었다. 축구에서 어시스트하면 골이 들어가는데 자기가 직접 골을 넣으려 다 실수한 격이다.
그러나 돈 받아먹고 들어오는 공을 막지 않거나 일부러 자살골을 기록하년 그것은 배반이다. DJ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실책이나 배반이나 똑같다고 얘기 하는데, 그 차이는 구분해야 한다.
골 넣는 게 목표인데, 한 번 실책했다고 골잡이보 고 공 차지 말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도 어시스트하러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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